박사란 무엇인가? (무언가 최고를 찍어보자)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7980444
방금 전 올린 게시물과 관련해서, 오늘 물리학과 교수님과 면담이 있었는데 아주 생산적이고 유익한 내용이 많아서 글을 급히 써봅니다.
전 당연히 아직 박사가 아닙니다.(척척학사) 그러나 어렴풋이 여러가지 간접 경험을 통해 '박사'란 무엇이고, 그 의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을듯 합니다.
우선 '박사'는 학위를 의미합니다 단순하게. 한국의 경우 학사 -> 석사 -> 를 거쳐 박사가 되고, 미국은 석사 과정이 있긴 한데 박사 학위를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참고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 재미있는게, 과거에는 지금과 달리 박사 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답니다. 그래서 이승만도 호칭을 대통령보다는 박사님을 더 선호했다고 하는군요. 지금 시대 특히 한국은 박사가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n3MXk7n_WU&ab_channel=%EC%8A%88%EC%B9%B4%EC%9B%94%EB%93%9C
박사라는 것은 굉장히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힘든 '훈련' 과정입니다. 박사가 교수가 되기 전, 좀 더 세부적으로 포스트닥이나 연구원, 또는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교수가 되기도 합니다. 박사를 따자마자 교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도 굳이 교수가 되지 않더라도 박사 학위를 딴 이후 활발히 유튜브 같은 곳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고, 박사는 곧 전문가를 뜻합니다. 그 분야에 대략 10년 정도(학사 4년 + 석사 2년 + 박사 5년 전후) 공부를 한 셈입니다. 다중지능 이론을 창시한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어느 분야든 전문가가 되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박사가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아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상당히 미세한 전공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를 하게 됩니다. 오히려 자기 분야 이외의 것을 더 까먹고, 그 대신 자기 전공에 대한 집중적인 지식을 공부했을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 박사 학위자라고 무조건 자기가 공부하고 박사 학위 논문 분야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당장 오늘 면담한 교수님도 그랬고요.
제가 생각하는 박사의 중요한 의의는 뭐냐! 라고 하면 사회적 측면과 개인적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을듯 합니다. 일단 사회적으로 뭔가 박사라면 전문가라는 사실을 굉장히 빠르게 (~~박사 출신 이라고 이력에 적혀있다던지 등) 알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박사 학위라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가 이것일 것입니다. 그 현재 VIP의 영부인께서도 '학위'를 받았잖아요? 일단 그 사람이 진짜 실력이 있든 없든 뭔가 과정,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운전면허증이라는 자격을 통과했다는 증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 당연히 이런 껍데기 같은 기능에 큰 의의를 두지 않습니다. 박사 학위의 의의를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어떤 것을 깊이 공부해서 최고(혹은 준최고)의 과정을 보고 배우고 경험해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고라는 것은 무엇이냐고 한다면, 99%는 일반 사람들도 시도해보고 이미 경험해봤고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거기에 감초 같은 1%를 더해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상당히 깊이 있게, 어떤 분야든지 한 분야를 10년 정도 전문성을 길러보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여러가지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당장 오늘 면담한 교수님의 박사 학위 논문 주제와 지금 공부하고 강의하시는 주제가 다른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경험을 제 책 <수국비>를 쓰면서도 느꼈습니다. 자주 말씀드렸다시피 전 수학이 정말 개판이고 엉망이었습니다. 그런데 밑바닥부터 최고 정점을 찍어보니까(물론 제가 전국에서 제일 수학을 잘한다! 이런 소리가 절대 압니다) 이해가 되는 것이 많더라고요. 수학을 (고등학교 세계관에서) 매우 깊이 있게 공부를 해서 성취를 해보니, 제가 잘 못하는 다른 과목들, 예컨데 국어 과탐 같은 것들, 도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고 보니까 느끼는게, 세상이라는게 참 잔인하기도 하고 결코 만만치 않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를 포함해서 여러분은 전략적으로 좁고 깊은, 전문성을 한번 경험해보아야 합니다. 최고를 경험해봐야지 이 정도가 정점이고, 어떻게 하면 이 정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감이 잡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창 <수국비>를 쓰던 와중에 제가 정리한 이론과 내용들을 듣던 영어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던게, "너는 삼수 2년 동안 이 세상의 도를 터득하는구나. 그래 이 세상의 도가 어디 특별한 곳에 있느냐. 당장 수능 공부에도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보니 그 의미를 더 명확히 알겠습니다.
제가 이후에 공부를 하는 밑바탕이 되고 빅데이터가 되는 근간이 바로 수능 공부를 깊이 해본 것이었습니다. 꼭 수능 공부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농구나 축구가 될 수도 있겠고, 요새 다양한 분야에서 1등을 하는 위인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뭘 하든지 깊이 있게, 빡세고 전문적으로 해보면 깨닫는 지혜가 있고, 그 지혜를 다른 분야를 공부할 때도 바로 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변신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글의 어미가 계속 '생각합니다' 라고 끝나는데요, 어디까지나 전 박사도 아니고 어깨 너머로 들어본 내용들을 정리하고 여러 교수님들의 말을 참고하였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제가 박사 따고 나서 이 글을 쓰레기 취급할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정말 그 일을 진심으로 몰입하여 깊게 파보고 정점을 찍어보면, 분명 이 세상의 원리에 대해 깨닫는 중요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도 지금 주어진 수능 공부를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한번 지혜를 향한 하나의 여정이라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시도하면서도, 할 때는 확실히 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심각하다
-
아 0
꿈에서 친구가 내 폰이랑 바꿔서 가져감 실제 상황이었으면 오르비도 봤겠지...무섭다
-
화가 남 3
감히 날 건드리다니... 뒤져써 피지컬 존나 키운다 뭐가 나오든 다 대처 가능한...
-
현장감---->ㄹㅇ JOAT
-
얼버기 1
오늘도 점심에 먹을 블아빵을 산다
-
이 문제집 이름이 뭘까요? 고1 수학
-
반갑다 9
6모 국어 수학 집에서 방금 다 풀었다. 스포 안당하려고 안들어 왔는데 알람이...
-
4합 0
1232 8 개같이 맞췄다 화작 제발 86
-
1.공부못하는 형 밑의 공부잘하는 동생 2.공부못하는 동생 위의 공부잘하는 형...
-
에휴
-
근데 6모 영어 1
어려웠어요???? 진짜????? 자랑하려는게 아니라 그냥 이번에는 순수히 이해가...
-
현역수시러는 기말준비 현역정시러는 7평준비 N수생은.....모르겠네요
-
얼버기 0
졸려
-
언미영물지12335였고 반수 하려는데 1.강대s 편입 2.러셀 기숙 서연고의치대...
-
2025학년도 고3 6월 평가원 영어 총평 (Feat. 무자비한 시험) 1
안녕하세요.대치동 선경어학원 수능팀장신동훈 강사입니다. 총평제발 영어를 포기하지...
-
공부하려는데 잠 와서 에어팟 끼고 10분 단위로 알람 맞춰서 얕은 수면 즐기고...
-
역수 ㅆㅂ 0
운동량 4.2.1 구하고 역수해야되는데 그냥 운동량 대소관계를 골랐네 수능날도...
-
아마 그 2016년일겁니다 오버워치 갓건배사건으로 세상에 저런사람들이랑 존재들이...
-
오르비는 남비하는 전혀없어서 악질은 전혀아닌듯
-
어느정도나함? 예전의 페북정도인가
-
제주대 의대vs 서울대 철학과 어디가 높을까
-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찰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성균관대 공군사관학교 서강대 한양대...
-
나는 그 주변환경이라 생각하거든 아무래도 인생에 신경을 써서 온사람들이 더...
-
성적이 1년간 멈춰있네요.. 일주일 팍 놀고 정말 열심히 달려보겠읍니다
-
취직이요
-
일단 제주도는 이마트24가없어
-
잉 나는 연세
-
갠적으로
-
2025학년도 6월 6번입니다. 삼각함수의 정의에 따라 theta를 나타내는 동경과...
-
물론 다 최고인데 갠적생각으로
-
잔다 3
-
다들뭐허냐 2
뭐허냐고
-
집가는즁 7
하 개피곤하네 과외학생이 숙제 안해와서 버릇고친다고 밤샌다고했는데..진짜...
-
공통적으로 엄밀하게 쓰려면 실수 조건을 달아주는 게 맞다는 의견 EBSi 정종영...
-
서0호님
-
★25년 6월 영어 총평 [오르비 노병훈 EGON.T] 역시나 제 말이 맞았습니다. 영어... 어려우니까, 다시 글 열심히 읽으라고요...?제발 좀... 0
안녕하세요 오르비 학생 수험생 여러분, 6모 많이 긴장되고 떨렸을텐데 고생...
-
특목고 - 제주과학고등학교 , 제주남녕고등학교 (평준화 일반고) 제주시내일반고등학교...
-
사는게 쉽지않네 0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여러 기로에서 한심한 선택들만 골라왔어도 어떻게든 살아지는...
-
그래도 고2 마지막 모고때는 2등급 나왔는데 고3 와서는 계속 4 뜨네요..선택과목...
-
영어작문 너무어려운데 그냥 넘어가도 될런지..
-
제주외고는 원래 과학고와 쌍벽을 이루는 특목고였으나 사내연애 논란및 공부를 안한다는...
-
최고아웃풋
-
수학 이대로 인강으로 하다간 다 풀어져서 양이 너무 부족할거같은데…
-
이잉 전국단위로 다들 씹어먹은적있는 제주도 고등학교
-
역시 헤이 하버드
-
요즘 안보인다
-
서울대/카이스트 이외에 50위권 안으로 들어온건 연세대가 처음 아닌가 ㄷㄷㄷ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